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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산다는 건 다 그런거야

초딩 아들녀석의 기말고사 1등...ㅎㅎ

Ninetynine™ 2009. 7. 10. 10:03

어제 초딩 1학년 아들녀석의 기말고사 성적이 나왔습니다.

올 3월. 초등학교 입학할 때만해도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조금은 불안한 심정도 있었지만, 기우였는지 학교 다니는 자체를 즐기는 듯합니다.

 

너무 열심히 뛰어놀아 새까맣게 그을린 녀석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먼저 나옵니다. 공부에 대해 논할 시기는 아니지만, 항상 "1학년 중에 누가 젤 공부 잘 하니?" 하고 묻는 어른들의 말씀에 주저없이 "제가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이녀석이 너무 당돌한 게 아닌가, 너무 자신만만한 건 아닌가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하더군요.ㅎㅎ

 

지난번 중간고사에서 1학년 시험은 배제되었더군요. 1학년은 기말고사만 시험이 있다기에 별로 신경써주지 않고 알아서 공부하라 했었습니다. 제가 늘상 주변의 부모님들에게 하는 말..."초등학교때는 그저 열심히 뛰어놀고 친구들과 뒹굴고 그게 최고 아닐까요? 저 어린 것들에게 벌써부터 공부니 경쟁이니 스트래스 주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라고 했던 말도 떠오르고, 그냥 진짜 아들녀석의 순수한 수준을 알아보고 싶은 심정에...

 

지난 7일에 시험이 있었는데, 시험준비하는 주말에 잠깐 시간 정해서 공부하도록 하고, 다른 때보다는 좀 더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고만 했습니다.

 

어제 아들이 가져 온 기말고사 결과물...

 

올 백은 아니지만, 1등... 아들녀석은 당연하다는 표정이더군요. 항상 주장해 왔던 내가 1학년 중엔 1등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ㅎㅎ

 

자신도 자랑스러웠나 봅니다. 전화하기 별로 좋아하지 않던 할머니께도 전화까지 드려서 자랑도 하고...

 

제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이게 부모의 심정이란 건가 싶어서 입니다.

늘 그거 별거 아닙니다. 이제 초딩 1학년인데 뭘 바라겠습니까? 이 어린얘들에게 공부하라고 닥달하는 부모에게 문제있는 거 아닐까요? 했던 제가 아들녀석의 성적 앞에 흐뭇한(?), 아니 안도감이 드는 기분은 또 뭘까요?

 

결국 제 자신도 여느 부모들과 다를바 없이 내심 자녀의 성적에 기대감이 있었다는 거죠.

아니 제 아이가 형편없는, 혹은 다른 아이들 보다 뒤쳐지는 그런 아이였다면 이렇게 여유부리면서 지낼 수 있었을까하는 상반된 생각이 문득 들었다는 거죠.

 

오늘도 집에 돌아와 학습지 공부할 분량만 딱 끝내고 밖에 나가 친구들이랑 정신없이 뛰어노는 아들... 또래 집단 안에서 스스로 터득하는 인성이 더 중요한 시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다른 아이들의 공부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부분이 슬며시 염려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모의 심정이라고 해야 하는지...

 

그래도 건강하게 밝게 뛰어노는 녀석의 뒷모습에 제 자신도 밝아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여담으로 학교발전위원회에서 각 학년 1등 들에게 5만원씩의 장학금도 준다하니 공부 잘하는 것이 참 여러모로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닥달해서 공부하게 하는 건 아직도 반대입장이지만, 자녀들의 자랑거리가 바로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는 걸 보면서 나도 내 자녀에게 부끄러움이 되지 않는 부모가 되도록 좀 더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