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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인치 HDTV 수리기(?)

Ninetynine™ 2009. 6. 24. 23:17

작년 5월에 32인치 HDTV를 구입했습니다. 뭐 돈이 남아도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최저가의 제품을 물색하다가 디자인 및 성능에서 가장 무난한 보림 제품으로 구입했습니다. 당시 가격이 53만원... 대기업 제품이 거의 70~80만원 대였고, 중소기업 및 중국산 제품들도 60만원대에 포진하고 있을 무렵에 이 가격은 참 착한 가격이었죠.

 

구입 후 지금까지 정말 만족할 만한 성능을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FullHDTV에 비할 순 없겠지만, 모니터 대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일반적인 TV시청과 동영상 감상엔 불만족 사항이 없는 제품입니다. HDMI로 연결하면, 1360×768에서 1:1매칭에 칼가독, 색감도 TV용이라서인지 화사한 느낌의 깔끔한 화면을 제공합니다.

 

불량화소도 하나없고(무결점 제품이 아님에도) 기본적인 외관도 평범하지만, 어디에나 잘 어울릴만한 무광제품입니다.(요즘 유광 하이브로시 제품들이 많이 나오지만, 먼지나 기름기에 쥐약입니다.)

 

이렇게 잘 사용하던 TV가 갑자기 가끔 혼자 꺼졌다 켜지다가(하루 한 두번) 급기야 전원자체가 들어오질 않는 현상이 생겼습니다.

 

가장 크게 걸렸던 부분 AS... 택배나 직접 들고 가야하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난감할 따름이죠. 부피가 큰데다가 충격에 예민한 LCD라서 일반 택배로는 보내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택배를 보내면, 배송기간 및 수리기간 합치면 빨라도 일주일 정도는 기본으로 들겠더군요.

 

예전 한창 오픈프레임이 유행이었을 때, 저도 관심을 가지고, 자작 TV도 만들어 보고 했던 경험을 토대로 전원부 문제일 가능성을 생각하며, 일단 직접 수리(?)해 보기로 하고, TV를 분해했습니다.(구입 후 일주일만에 분해해서 강화유리 장착도 했으니, 어차피 AS보내도 무상처리는 힘들 것도 같고해서)

 

분해된 TV 내부 사진입니다. 엄청 간단하죠?

중앙 윗부분 부터 SMPS(전원부), 그 아래가 AD보드, 젤 아랫쪽엔 스피커, 양쪽 사이드엔 인버터, 그리고 철제 케이스 안쪽에 LCD패널이 들어있죠.

 

증상으로 보아 전원부 문제일 거라는 예측대로 SMPS의 콘덴서 2개가 부풀어 있었는데, 하나는 거품까지 물고 있더군요. 결국 콘덴서 불량으로 전원공급이 되지 않아서 TV가 작동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도시 같으면, 전자부품가게 뛰어가서 해당 용량의 콘덴서 사다 갈아버리면 되는데, 이곳은 그런거 파는데가 없어서 짬을 내서 읍이나 가까운 목포 등지로 나가야만 합니다.

 

그 때 스치는 생각이 고장난 파워서플라이 였습니다. 같은 전원 공급장치라 분명 비슷한 용량의 콘덴서가 있을거라 생각하고 분해해 봤더니 역시 있더군요. 동일용량의 콘덴서가...

빨간 동그라미 부분의 콘덴서 중 위의 작은 거만 먼저 갈았습니다. 큰 거는 약간 부풀긴 했지만, 상태가 나쁘진 않아서, 또 같은 용량의 콘덴서가 없어서...

 

콘덴서 교체 후 전원을 넣어봤습니다.

역시 정상작동하더군요. 콘덴서 하나가 TV를 아예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만들수도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작은 일이라고 대소롭지 않게 여겨지는 일들이 결국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겠다는 짧은 생각도 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TV에 내장된 AD보드의 모습입니다.

올 1월에 다시 큰 콘덴서까지 갈고 지금까지 아무 이상없이 잘 사용하고 있네요.

혹시 몰라서 인터넷 뒤적여 콘덴서 동일 용량으로 10개씩 구입해 놨습니다. 개당 100원 하더군요. 근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택배비가 2,500원이나...ㅠㅠ 그냥 주말 같은 때 목포 나가서 살껄 하는 후회도 해 봤지만, 어차피 나가도 콘덴서 사야 겠다는 생각은 못했을 게 뻔하고^^

 

이상 돈 안들이고, 자가로 수리한 HDTV 수리기 였습니다. ㅎㅎ 써 놓고도 좀 우습네요.^^;;